최동훈 감독님 영화를 제대로 본 게 처음인데 ‘왁 너무 재밌어!’ 이건 아닌데 재밌었다. 

 쌍둥이 컨셉을 근데 좀더 끌고 나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안경으로 더 뭔가 할 줄 알았는데 별 것 없었고. 근데 워낙 상황이 급박하고 전개가 빨라서 그냥 뒤돌아서면 다 발각되고 그러니까 그런 장치가 오히려 너무 영화스러웠을지도. 그 당시의 백화점, 미라보 여관 배경은 예뻤다. 이 시대배경으로 많이 더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액션씬에서 하정우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아니 연기가 아니라 그냥 캐릭터인가 싶지만. 근데 전체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니까 연출이 느슨한 느낌이 강하다. 보면서 심장 쫄리는 영화는 아니었다. 전지현-하정우 관계도 사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근데 역시 아날로그 엘리베이터의 멋이 있다. 챠르륵하고 문 열고 닫고 좋아. 전지현도 좋았다. 보면서 <고지전>의 김옥빈 역할이 생각났다. 연결고리는 저격수라는 것 밖에는 없지만. 결혼식씬에서 부케랑 가터벨트는 좋았는데 역시 생각할수록 연출이 뭔가 부족했다. 아침에 봐서 전체적으로 내가 다운된 상태에서 봐서 그런가 모르겠네. 포스터만 보고는 그냥 <베를린>이랑 똑같겠거니 했는데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영화에서의 전지현의 모습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1인2역에서 미츠코 연기가 <별그대>류의 연기가 떠올랐다. 이정재는 역시 피지컬이랑 목소리가 먹고 들어가는 느낌이고 이정재 나온 영화를 <관상> 정도 밖에 안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래도 영화 주연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배우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노인 몸은 본인 몸 아니겠지...? 하정우는 나한테 ‘이제 좀 식상한 느낌이 들어’라고 생각하던 차에 역시! 멋있군!하고 그냥 출연작을 다시 좀 찾아봐야겠다!라고 확신을 주는 연기. 근데 대사가 전반적으로 좀 너무 촌스럽지 않았나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