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한 백두대간 21주년 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창기 영화라서 이 영화를 본 것도 있지만 필름을 상영한다고 해서 더 일부러 보러 간 것도 있다. 필름의 느낌이 특별히 좋아서 찾아 본다, 이런 건 아니고 경험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영화관에서도 필름 상영보다는 디지털이 더 익숙하고 영화관보다 어쩌면 노트북이나 모바일기기의 작은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게 더 익숙한 세대이니까 필름에 대한 추억이라고 할 것도 없어서 말그대로 경험이다. 영화는 좋았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이야기 자체가 매력적이고 좋았다. 또 그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도 고요하고 다큐를 보는 것 같은 느낌. 소재 자체가 신선했는데 설정이 아주 섬세해서 소재가 신선하기만 한 게 아니라 어색하지 않고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 같다. 

 (스포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일주일 동안에 각자 인생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재현한 영화를 다같이 극장에서 보는 장면이었다. 극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순간적으로 스크린이 거울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을 보는 나. 그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순간 정말 느낌이 미묘했다. 생각해보니 영화를 보는 장면은 다른 영화 -예를 들면 <500일의 썸머>- 에서도 있었는데 유독 이 영화에서 그 장면이 인상깊었던 것은 정말로 거울로 비춰준 듯한 정직한 앵글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는 마지막에 어떤 순간을 안고 가고 싶은가. 영화 보기 전에도,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도저히 모르겠다. 아직 없는건지 아니면 있었는데 생각이 안 나는건지. 아마 계속해서 하게 될 질문이 될 것 같다. 그런 순간이 단 한번이라도 나에게도 생길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